제5장
기업 가치 제고하며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다 (2015~2018)-
2015년 깨끗한나라는 최병민 회장 체제로 재정비했다. 건강 악화로 경영에서 떠났던 최병민 회장이 건강을 회복하고 경영일선에 복귀하며 오너체제를 확고히 했다. 이를 계기로 창업정신의 계승과 기업 가치를 제고하며 ‘깨끗하고 건강한 생활문화 창출을 통해 고객과 함께 성장하는 기업’을 향해 나아갔다.
2013년부터 진행하던 제지 3호기의 스피드업을 완료해 생산능력을 크게 확대했으며, 최첨단의 화장지 초지기와 가공기의 증설 등 생활용품 관련 설비 증설 프로젝트도 마무리했다. 또 물티슈 전문회사 보노아와 전문 건설기업 케이앤이를 설립해 자회사에 편입시켰다. 이로써 물티슈의 생산부터 판매까지 일관체제를 갖춰 책임경영을 구현했으며, 잇단 설비와 플랜트 건설 등 효율적 관리로 시너지 창출을 기대할 수 있었다.
2016년 창립 50주년을 맞이한 깨끗한나라는 ‘2020년 매출 1조 달성’을 목표로 투자 확대, R&D 강화, 해외 신시장 개척을 추진했다. 고부가가치 식품용지의 개발과 프리미엄 화장지 브랜드 ‘촉&감’을 론칭하고 산업용지와 생활용품의 수출 확대도 꾀했다. 음성에 최첨단 기저귀공장 건설계획도 수립했다. 이처럼 회사의 사세를 확대하고 제품 개발 및 수출 확대에 전력을 다한 결과 2016년 창사 이래 최고 매출인 7,060억 원을 올리며 성장가도를 달렸다.
그러나 시련은 다시 시작됐다. 2017년 릴리안 생리대가 유해물질 논란에 휘말리며 위기를 맞았다. 후폭풍은 거셌다. 인체에 무해하다는 발표에도 실추된 이미지는 좀처럼 회복되지 않았고, 2년 연속 손실을 기록하고 말았다.
2018년 깨끗한나라는 소비자와의 소통을 강화하고 고객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보다 안전한 제품 생산에 철저를 기했다. ‘깨끗한나라’, ‘촉&감’, ‘보솜이’, ‘비야비야’, ‘순수한면’, ‘봄날’ 등 품목별로 브랜드를 정비하고 신제품과 리뉴얼 제품을 선보였으며, 음성 기저귀공장도 준공했다. 또한 강력한 환경경영을 선언하고 이미지 쇄신에 나섰으며, 신시장 개척과 수출선 다변화 등 해외 비즈니스도 강화했다. 이처럼 구성원 모두가 전사적 역량을 모아 노력한 덕분에 2019년 마침내 턴어라운드에 성공하며 재기의 발판을 다졌다.60. 생리대 유해물질 논란 2017
사건의 전말
깨끗한나라는 반세기를 지나면서 수많은 시련과 위기를 극복해 왔다. 비록 그 과정은 힘들었지만 역경 극복과정을 통해 기업의 체질을 더욱 단단하게 단련시켰고, 구성원 모두가 한 마음으로 화합하는 계기로 삼았다. 그러나 생리대 유해물질 논란은 결과적으로 인체에 무해하다는 판정에도 불구하고 여론의 뭇매를 맞으며 회사에 치명상을 입혔다. 진실과 신뢰를 그 무엇보다 중시해 온 구성원 모두에게 커다란 상처로 남았으며 이를 극복하기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걸렸다.
2017년 봄, 릴리안 생리대를 사용하고 부작용을 겪었다는 글이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등장하면서 논란은 시작됐다. 여성들이 주 회원인 커뮤니티에서 릴리안 생리대 제품을 사용한 후 양이 줄고 생리일수가 짧아졌다는 글이 게시된 후 온라인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됐다.
깨끗한나라는 이에 대한 과학적, 의학적 근거나 자료가 없어 산부인과 전문의들을 찾아 조언을 구했고, 생리대와 생리혈 감소에 대한 실험을 실시한 바가 없고, 조사 설계상 과학적 규명이 어렵다는 사실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결국 제품의 우수한 흡수력으로 생리혈 퍼짐현상이 적고 뒤비침 현상이 없어 파생된 문제라 판단했다.
그러나 8월 초부터 몇 개의 신문에서 카페 등에 올라온 내용을 기사로 게재했고, 특히 한 시민단체와 모 대학교의 교수가 한 신문사를 통해 릴리안에서 제일 높은 TVOC(총휘발성유기화합물)가 검출됐다고 발표하면서 문제가 커졌다. 유해성 평가가 진행된 것도 아니었는데 이 보도가 확산되면서 발암물질 생리대 논란이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소비자들의 불신은 커져갔고, 릴리안 생리대를 취급하는 유통채널에서도 대책을 요구해 왔다. 논란은 불매운동으로 이어졌다.
생리대 환불 안내 공지(2017. 8)깨끗한나라는 조속한 해결을 위해 식약처에 정확한 정보제공과 진상 규명을 조속히 해줄 것을 요청했고, 식약처도 해당제품에 대한 수거 및 조사에 착수했다. 생리대를 둘러싼 부작용 사태를 파악하고 해당물품을 수거, 정기적인 품질관리 점검 제품에 포함시켜 재조사를 실시한다는 방침이었다. 특히 생리대 TVOC 검출 결과와 TVOC가 국내 생리대에서 실제로 검출되고 있는지, 이들 물질이 여성들이 호소하는 증상과 인과관계가 있는지 등에 대한 검사를 면밀히 진행하고자 했다.
그러나 당시 식약처는 ‘살충제 계란’ 사태에 대응하느라 생리대 문제에 빠르게 대처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더는 미룰 수 없었던 깨끗한나라는 객관적 검증을 위해 8월 18일 한국소비자원에 릴리안 생리대 제품의 안전성 테스트를 정식으로 요청했으며, 국제인증 전문기관인 스위스의 SGS 및 태성환경연구소에도 VOC 관련 실험을 요청했다.
국가 관련 부처 및 외부 실험결과를 기다리는 사이 깨끗한나라는 릴리안 제품이 식약처의 관리규정에 의거해 생산하고 있고 릴리안을 포함한 모든 제품은 안전성을 검증받은 재료만 엄선해 사용하며 개발부터 생산까지 엄격한 관리 아래 생산함을 알렸다. 논란이 된 ‘릴리안 슈퍼가드’ 중형과 ‘릴리안 팬티라이너’ 3종에 대해서 2017년 4월 식약처에서 실시한 형광증백제, 산 · 알카리, 색소, 포름알데히드, 흡수량, 삼출 등 9개 항목의 검사에서 적합 판정을 받았음도 알렸다.
릴리안 생리대의 성분 내역도 공개했다. 당시 생리대, 마스크 등이 포함된 의약외품의 성분 공개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전 성분 표시제’ 관련 법안이 추진 중에 있었는데, 생활용품의 안전성에 관한 소비자들의 높은 관심을 반영해 선제적으로 전 성분을 공개했다. 소비자의 알 권리를 존중하고, 직접 전 성분을 확인함으로써 제품에 문제가 없음을 알리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한 번 생긴 의혹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갔고, 불매운동은 순식간에 퍼져나갔다.
8월 27일이 되어서야 외부 실험결과가 나왔다. 결과에 따르면 오히려 타사 제품에서 특정 VOC가 높게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 TVOC는 유해성과 무관한 유기화합물까지 포함한 유기화합물의 총합이라 수치가 높다고 해서 그만큼 유해한 것은 아니었다. 피톤치드, 레몬 등 자연물질 및 식품에서도 발생하며 특히 향기 나는 제품에서 더 높게 나타나지만 시간이 경과하면 없어지기 때문에 제조일자가 실험결과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
깨끗한나라는 8월 28일 대승적 차원에서 실험결과를 공개하지 않고 제조일 및 향 유무 사항만을 공개했다. 더불어 처음 신문에 기사를 발표한 시민단체와 대학교수 측에 잘못된 오류를 바로잡아 줄 것을 촉구했다. 당시 그들은 국내 생리대 유해물질 검출시험을 실시한 바, 모두 10개 제품에서 휘발성유기화합물이 검출됐는데도 모든 제품을 공개하지 않고 릴리안에 대해서만 공표했다. 더욱이 당시 가장 많이 팔리던 팬티라이너 1위 제품과 중형생리대 2위 제품을 아예 유해물질 검출 시험대상에서 제외시켜 공정성에도 문제가 있었다. 따라서 릴리안 브랜드만 실험 결과를 밝힌 사유와 기타 브랜드도 공개해 줄 것을 요구하는 한편, 시험 대상 제품의 선정 기준과 선정 주체, 실험 대상 제품의 제조일 관리, 향 유무에 대한 콘트롤값에 대한 정리, 시험 방법에 관한 구체적인 설명 등을 공개할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필요 이상의 자극적인 보도와 출처가 불명확한 악의적인 보도가 난무하면서 소비자의 불안과 혼란이 가중됐다. 설상가상 릴리안 불매운동이 기저귀 등 타 품목으로 번졌고, 수출에도 악영향을 미쳐 해외 고객과 중국 수입통관에서까지 수입을 막는 상황으로 확대됐다.
제품 안전관리 강화 및 품질개선을 위한 정례협의체 발대식(2017. 12. 13)직원 중에는 과도한 지탄이 부당하다는 반응도 있었지만 깨끗한나라는 소비자의 지적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게재했다. 환불조치도 실시했다. 고객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이를 반영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기업의 책임 있는 행동이라 여겼기 때문이었다. 환불 대상 제품은 릴리안 생리대 전 제품으로, 제품 개봉 여부나 구매 시기, 영수증 보관 여부 등과 상관없이 환불해 주었다. 유통매장에서 후방 조치되었던 제품의 반품 처리도 순차적으로 진행됐다.
릴리안 생리대의 생산도 중단했다. 소비자의 건강과 직결되는 위생용품을 만드는 기업에게 고객의 신뢰는 무엇보다 중요한데 이미 신뢰가 깨졌고 소비자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전격적으로 생산 중단을 결정했던 것이다. 청주공장에서 풀로 돌아가던 3대의 생리대 설비가 가동을 멈췄고, 모든 생산직원들은 환불 신청서류와 환불택배를 점검하도록 전환배치 됐다.
8월 29일 식약처에서는 소비자의 불안이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하여 생리대 안전검증위원회를 구성하고 위해물질 10종에 대한 생리대 전수조사를 통해 결과를 밝힌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이때 소비자의 요구로 이전에 진행되었던 실험 결과에 따른 전 브랜드의 TVOC 수치도 공개됐다.-
생각 캠페인 ‘릴리안은 더욱더 귀 기울이겠습니다’편 -
생각 캠페인 ‘릴리안이 먼저 들었습니다’편
8월 30일 일 JTBC에서 위해물질 10종에 대하여 타사 제품의 수치가 제일 높다는 사실을 적시해 보도했고, 다음날 세계일보에서도 TVOC가 높은 제품 브랜드가 공개됐다. 이는 더 큰 우려와 혼선을 야기시켰고, 온라인 상에서는 논란을 피하려는 동종업체 간 보이지 않는 실랑이가 일기도 했다.
9월 28일 식약처가 실험결과를 공식 발표했다. 생리대 전수조사 · 위해성 평가에서 ‘깨끗한나라가 제조 · 판매하고 있는 모든 생리대 제품이 안전한 것으로 확인됐다’는 내용이었다. 식약처의 실험은 이전 실험에 비해 훨씬 더 가혹한 조건에서 이뤄졌다는 점에서 제품의 안전성을 충분히 입증한 것이었다. 깨끗한나라의 일회용 생리대 및 팬티라이너 제품은 조사 대상이 된 휘발성유기화합물 10종별 수치에서도 매우 양호하게 나타났다. 이어 그해 말 나머지 28종에 대해서도 인체에 무해한 수준이라는 공식 답변을 받았다.
식약처가 릴리안 등 시중에서 판매되는 주요 생리대 제품에 문제가 없다고 발표하자 깨끗한나라는 10월부터 재판매를 위한 입점을 추진했다. 그러나 소비자의 반응은 여전히 냉담했다. 결과가 발표되면 이미지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좌절되었고, 생리대 파동 이후 하락한 주가도 좀처럼 회복되지 않았다. 2017년 10월 17일 최병민 회장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참석해 이 같은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식약처가 나서 인체에 무해한 수준이라고 밝혔지만 깨끗한나라 생리대의 시장점유율은 감소했고, 이는 경영지표에 그대로 반영됐다. 18%에 달하던 시장점유율은 한때 1.4%까지 하락했고, 2016년 178억 원이었던 영업이익도 2017년 265억 원의 손실로 돌아섰다. 영업손실이 200억 원을 넘어선 건 2001년 이후 16년 만이었다.기업의 사회적 책무와 소비자 신뢰 회복을 위한 노력
깨끗한나라가 실험결과가 나오기 이전부터 가장 앞서 사과문 게재와 환불조치, 그리고 판매 및 생산을 중단한 것은 제품에 문제가 있음을 인정한 것이 아니라 소비자의 불안과 혼란을 해소하는 것이 먼저라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한편으로는 위생소비재를 판매하는 기업에서 안전성 논란은 치명적일 수밖에 없고 기업 이미지에 타격을 입을 경우 다른 제품까지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선제적인 대응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막대한 손실을 입더라도 소비자의 안전과 건강이라는 최우선 가치를 지키는 것이 기업의 사회적 의무라 여겼다. 또한 사훈 진실의 방침 아래 모든 것을 투명하게 밝히고 진정성 있게 다가간다면 소비자가 진심을 알아주리라 여겼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진심은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고, 소비자의 마음을 되돌리는 데도 역부족이었다.
상처는 컸고 구성원들의 자부심에도 금이 갔다. 그러나 언제까지 위축되어 있을 수만은 없었다. 깨끗한나라는 그동안 받은 상처를 추스르며 신뢰 회복에 나섰다. 정확한 정보 전달과 소비자와의 소통이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그해 말부터 더 좋은 생리대를 위한 ‘생각(생리대, 각을 세우다) 캠페인’을 진행했다. 주부 대학생 등이 참가해 생리대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고 소비자의 의견을 경청하는 자리였다. 생리대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공유하고 고객이 더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는 생리대를 만들겠다는 취지로 기획했다. 서울에서 열린 첫번째 생각 모임이 소비자의 생각을 신속하게 듣기 위해 가진 자리였다면, 부산에서 열린 두 번째 모임은 전문가와 함께 생각 나눔을 가지며 보다 정확한 정보를 공유하는 자리였다. 이와 함께 생리대 브랜드의 재정비에 나섰으며, 취약계층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총 5,000팩의 생리대를 지원하는 등 소비자 신뢰 회복을 위한 다양한 방법을 강구했다. 이러한 노력이 인정을 받아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최한 ‘2018 대한민국 온라인 광고 대상’에 선정되기도 했다.
2018년 1월에는 국제인증전문기관인 SGS 사에 의뢰한 실험결과를 발표했다. 릴리안과 순수한면을 대상으로 휘발성유기화합물을 포함하는 27종에 대한 검출 실험이었다. 당시 깨끗한나라는 식약처의 두 차례에 걸친 조사 결과 릴리안의 유해물질 함유량이 인체에 무해함이 입증됐지만 소비자에게 더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국제적인 공신력을 갖춘 전문기관에 조사를 의뢰했던 것이다. SGS는 스위스 제네바에 본사를 둔 세계 최고 수준의 검사 · 검증 · 인증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으로, 조사 결과 VOC 관련 유해물질 7종(벤젠 톨루엔 스티렌 등), 중금속 8종(납 안티모니비소 등), 환경호르몬 12종(프탈레이트 알킬페놀 등) 등 27개 모든 항목에서 ‘불검출’ 판정을 받았다.
한편, 릴리안 생리대 사건과 관련해 2017년 12월 5,300여 명의 소비자들이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이 진행 중에 있다. 2020년 9월 24일에 열린 1심 선고에서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1부는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함으로써 깨끗한나라의 승소로 판결이 났다. 재판부는 식약처가 2017년 2차례에 걸쳐 시중에 유통 중인 생리대, 팬티라이너 등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수조사 결과, 릴리안 생리대 등 일부 제품에서 휘발성유기화합물 성분이 검출된 사실은 인정되나 인체에 유해할 정도로 방출한다고 보기 어렵고, 모 대학교의 교수가 실시한 방출실험에서도 검출 여부만 확인했을 뿐, 위해성 평가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고 밝혔다. 또 원고 중 2,500여 명은 릴리안 생리대를 매수 또는 사용했다는 사실을 증명할 증거를 전혀 제출하지 않았거나, 진술서 외 객관적인 증거를 제출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1심에서 패소한 일부 소비자가 항소에 나서면서 법정소송이 여전히 진행 중에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