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장

사업다각화와 해외시장 개척으로 고도 성장하다 (1983~1996)

• 1983년 대한펄프는 최병민 대표이사의 취임과 함께 새 시대를 열었다. 새로운 각오 아래 창업정신의 계승 발전과 함께 지속성장의 방안으로 사업다각화를 추진, 1985년 금강제지를 인수하며 화장지사업에 뛰어들었다. 1986년 두루마리 화장지 생산에 이어 1987년 독자기술로 여성용 생리대 생산을 시작했으며, 이듬해 아기기저귀 생산으로 품목을 다각화했다. 이로써 대한펄프는 제지사업과 생활용품사업을 영위하는 종합제지기업으로 변신했다.
  제조 인프라의 정비에도 나서 의정부공장에 이어 1988년 1월 제지 1호기와 화장지 1호기를 갖춘 대단위 규모의 청주공장을 준공하며 도약의 발판을 구축했다. 이후 제조 인프라를 청주공장으로 단일화한다는 계획 아래 제지 설비는 물론 화장지 및 생리대 설비를 연이어 증설해 국제적 규모를 갖추고 품질 향상과 생산성 제고를 견인했다. 내실도 기해 1989년 제지연구소를 설립, 최고 품질의 다양한 제품을 개발, 국내외 시장에 공급했다.
  1991년 대한팔프공업주식회사에서 주식회사 대한펄프로 사명을 변경했으며, 이를 계기로 국내 최고의 종합제지회사로 도약한다는 의지를 다졌다. 특히 제품 개발과 품질 향상에 혼신의 노력을 다했다. 1991년 선보인 여성 생리대 ‘매직스’와 1995년 순수 국산기술로 만든 국내 최초의 아기기저귀 ‘보솜이’는 대한펄프의 기술력과 제품 개발력을 입증한 제품으로 출시 직후부터 소비자의 호평 아래 인기리에 판매됐다.
  해외시장을 향한 도전도 멈추지 않았다. 원료 및 자금 확보와 수출 확대를 위한 시장조사를 목적으로 1988년 미국에 현지법인을 설립했으며, 중국 진출의 거점으로 삼고자 홍콩사무소와 상해사무소를 설치했다. 중화권에서 인기를 구가하던 자체 브랜드 ‘화이트 호스’에 이어 1994년 ‘베스트 코트’를 론칭하고 일본시장에 진출해 품질의 우수성을 입증했으며 이후 세계 20개 국가로 수출선을 넓혔다.
  이처럼 고객만족을 위한 제품개발과 수출 확대에 힘써 1993년 생산성 대상에 이어 제지업계 최초로 5천만불 수출탑과 철탑산업훈장을 수상하며 토종기업의 위상을 대내외에 드높였다. 이는 최병민 사장의 리더십과 사훈 진실을 구심점으로 노사가 한 마음 한 뜻으로 협력하여 이룬 소중한 결실이었다.

  20. 노사협력의 기업문화 조성

  근로자를 가족처럼, 상호 신뢰와 화합으로 생산성 제고

  대한펄프의 가장 자랑스러운 기업문화는 직원 간의 상호 신뢰와 화합의 문화이다. 사훈 진실에는 여러 의미가 함축되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진실로 다가갈 때 서로 다른 개성을 지닌 여러 사람이 하나로 결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화식 창업주에 이어 최병민 사장 역시 취임할 때부터 더불어 함께하는 화합의 문화를 강조했다. 때문에 자기 혼자 돌출되기보다는 화합할 줄 아는 인재를 선호했고, 이러한 기업가정신에 입각한 화합과 상생의 뿌리 깊은 기업문화가 조성됐다. 특히 최병민 사장은 오케스트라의 하모니를 이끌어내는 지휘자를 리더에 비유하며 각 부서장의 역할을 강조했다. 또한 회사의 발전이 있어야 개인이 발전하며, 개인의 성장이 회사의 성장을 이끈다는 동반성장을 기업문화로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이러한 기업문화가 정착될 때 비로소 품질관리, 생산성 관리, 안전관리 등 모든 경영활동이 제대로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확신했던 것이다.
  청주공장과 의정부공장은 ‘근로자를 가족처럼, 공장 일을 내 일처럼’의 캐치프레이즈 아래 5S활동(정리, 정돈, 청소, 청결, 마음가짐)을 전사적으로 실천했으며, 그 기반 위에 품질과 생산성, 안전활동을 추진했다. 품질 부문에서는 품질관리 담당자를 두고 새마을 품질관리 분임조 경진대회, TQC 활동, 불량품 추방대회 등을 지속적으로 전개했다. 안전관리 부문에서는 안전관리규정을 제정하고 이를 철저히 준수하도록 했으며, 공장장을 안전보건 관리 책임자로 하고, 산하에 안전관리 책임자를 두어 위험 및 안전사고 방지와 종업원의 건강에 만전을 기하도록 했다. 생산성 부문에서는 계획생산과 생산설비의 완전가동, 생산 및 품질관리운동을 통한 작업 표준화, 원가관리와 구매관리를 바탕으로 한 원가절감, 효율적인 노동력 배치, 협력과 화합의 노사관계 유지와 교육 및 훈련을 통한 1인당 생산성 제고를 지속적으로 추진했다. 또한 TQC운동과 함께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는 Target 1000운동을 시의적절하게 전개해 생산성 향상의 효과를 거뒀다.

  
  모범사원 산업체 견학(금성사, 1985)

  직원들의 교육에도 공을 들였다. 교육대상은 중견사원 및 간부사원으로부터 신입사원에 이르기까지, 교육내용은 수준 높은 전문교육에서 직급별 교육, 일반 교양, 서비스, 외국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프로그램과 커리큘럼으로 구성했다. 간부사원 교육은 중견사원으로서의 역할과 조직에서의 자기개발 및 업무추진 향상을 위한 내용이 주를 이뤘으며, 판촉직원 교육은 소속감 고취와 긍정적 사고방식, 그리고 친절한 서비스를 통한 판매 능률 향상을 위한 교육을 실시해 직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했다. 회사 내부는 물론 서울 아카데미 하우스에서 직책교육을 실시했으며, 신입사원 교육, 승진자 교육 등을 비롯해 매주 월요일 아침마다 진행한 비디오 영상교육 등을 지속적으로 실시했다. 특히 매년 전 사원을 대상으로 직급별 사원연수교육을 1박 2일 코스로 실시해 역량 강화는 물론 구성원의 인화단결의 효과까지 거뒀다.

  
  대한팔프 사보 창간호(1986. 7)

  무엇보다 노사 화합과 협력의 기업문화, 진실하고 신뢰하는 노사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대표적인 행사로 1970년대부터 매년 5월 실시하는 사내체육대회를 들 수 있다. 사원들의 인화단결과 체력단련을 목적으로 실시하는 사내체육대회에는 전 사원은 물론 그 가족까지 참석해 친목과 화합을 다졌다. 또한 사원들의 사기 진작과 생산성 향상을 도모하기 위해 매년 모범사원 40여 명을 선정, 2박 3일의 일정으로 국내 유명 산업체를 시찰하고 관광지를 순회하는 기회를 제공했다. 이를 통해 사원들의 근무의욕 향상과 사업장 간 일체감을 조성할 수 있었다. 이 밖에도 사업다각화로 사세가 확장되면서 직원 간 정보 공유와 소통창구가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1986년 7월 사보 <대한팔프>를 창간해 경영방침과 정보의 공유는 물론 소통의 매개체로 활용했다.
  직원들의 복지에도 신경을 썼다. 종업원의 취학자녀에 대한 장학금을 지급하고 공장 종업원에게 무료급식을 하는 식당과 독신사원을 위한 기숙사를 운영했다. 또 종업원을 대상으로 생활필수품을 저렴하게 판매하고 그 이익을 배당하는 새마을금고를 운영했으며, 각 부서별 친목행사는 물론 라라야구회, 낚시회, 볼링회, 수지회(본사 여직원 모임), 초록회(의정부공장 여직원 모임) 등에 지원금을 제공하는 등 각종 동호회 활동을 적극 지원했다.

  노동조합 설립 이후 무분규의 전통 계승

  대한팔프 노동조합은 1988년 7월 7일 결성됐으며, 한명수 씨가 초대 노조위원장을 맡았다. 1987년 6월 항쟁으로 민주화가 된 이후 우리나라는 경제발전에 따른 분배문제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노사분규가 격심해지고 노사 간 갈등이 심화됐다. 그러나 대한펄프는 이 시기에도 단 한 차례의 노사분규도 없이 회사 발전을 위해 서로 배려와 양보의 정신으로 화합했다.
  이러한 노사화합으로 생산성 향상을 거뒀으며, 이를 높게 평가받아 다수의 시상식에서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1993년 한국생산성본부가 주최한 생산성 향상 대상 시상식에서 생산성 향상 우수기업 지정 및 생산성 대상 노사협조 부문을 수상했으며, 이듬해에는 노사협조증진기여 표창장을 수상했다. 또 1996년에는 제20회 생산성 향상 촉진대회 생산성 대상 부문에서 기술혁신 부문을 수상하며 노사화합의 기업문화를 대내외에 드높였다.
  실제로 대한펄프의 제지 생산량은 1985년 7,969만 톤 생산에서 1993년에는 2억 4,748만 톤으로 300%가 증가했으며, 같은 시기 화장지 및 패드의 생산량도 13만 톤에서 4,768만 톤으로 크게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