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장. 더 나은 첨단소재로 풍요로운 미래를 선사하다
제2절. PPS, 슈퍼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산업의 선두주자

1. PPS 수지사업의 중핵거점이 되다

“가볍다, 그러면서도 강철보다 더 강하다.”
이는 슈퍼 엔지니어링 플라스틱(Super Engineering Plastics)을 가장 단순하게 표현하면서도 정확하게 정의하는 말이다. 전 세계적으로 가볍고 친환경적이며 경제성이 높은 신소재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면서 화학업체들이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개발에 뛰어들었다.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은 강철보다 강도가 높고 100도 이상의 고온도 견딜 수 있어 금속부품을 대체할 수 있는 소재로 사용범위가 점점 확대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열과 충격에 매우 강한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을 ‘슈퍼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이라고 부른다. 주로 금속을 대체하는고분자 소재로 친환경 자동차와 항공기, 전자기기 부품 소재로 활용되는데 무엇보다 자동차에 쓰이는 용도가 가장 많다.
자동차 메이커들의 가장 큰 과제는 연비를 향상시키면서도 사고나 충돌에서 운전자를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는 안전성을 향상시켜야 한다는 점이었다. 따라서 차체 경량화가 자동차업계의 화두로 떠오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가볍게 더 가볍게, 강하게 더 강하게!

이에 세계 자동차 산업은 금속을 대체할 수 있는 플라스틱과 복합재료를 대안으로 선택했다. 2013년 당시 전체 자동차 무게에서 플라스틱이 차지하는 비중은 20% 수준이었다.
계기판을 비롯한 내장재에 주로 쓰이던 플라스틱이 차체와 휠, 더 나아가 엔진이나 안전부품에도 적용될 전망이었다. 이렇게 소재가 바뀌면 무게만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소음과 파편 발생 현상도 막을 수 있다는 기대도 커졌다. 이에 따라 화학업체들 간의 고성능 플라스틱 시장을 둘러싼 치열한 경쟁이 시작됐다
2012년 독일 다임러사는 메르세데스-벤츠 GL클래스의 6기통 디젤 엔진 서포트에 세계 최초로 알루미늄이 아닌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을 적용해 출시했고, 2013년 BMW는 전기차 i3외관에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을 적용해 출시했다. 그 결과 벤츠는 엔진소음 개선과 차체 무게를 30% 감량하는 효과를 보았고, i3는 동급의 다른 차보다 200㎏ 이상 가벼운 1,270㎏의 무게를 달성했다.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이 자동차에 더 많이 적용될 수밖에 없는 또 하나의 이유는 세계 각국에서 자동차 배기가스에 의한 환경오염 규제를 강화해 자동차 메이커들이 전기차 등 친환경자동차의 생산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특히 전기차의 경우 배터리의 연료 효율을 높이기 위해 차체 경량화가 필수조건이 됐다.
이에 따라 급성장하던 세계 슈퍼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시장은 2013년 약 28만 톤 규모였는데, 그때 이미 2020년에는 두 배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14.07 PPS 군산공장 기공식 1,2

2016.07 군산공장 준공식

도레이 PPS사업의 첫 해외진출

PPS는 내열성, 내약품성, 기계적 강도, 난연성, 절연성 등이 뛰어난 열가소성 슈퍼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이다. 경량화 및 형태 가공성이 뛰어나 금속을 대체할 수 있고, 재활용성이 높으며 슈퍼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중에서 가격대비 높은 성능비를 보여준다. 자동차의 엔진이나 모터 주변부품, 전장부품, 센서하우징, 전기·전자 관련 부품의 커넥터와 소켓 등에 사용되며 전기자동차가 확산됨에 따라 그 경량화 부품 소재로 적용될 범위가 커졌다.
도레이첨단소재는 도레이로부터 PPS 사업을 이전받기 위한 전략을 세웠다. 마침 도레이에서 아시아 시장을 겨냥한 최적의 거점을 찾고 있었던 때였다. 도레이는 1986년 PPS를 개발하여 시장에 진출한 이후 30여 년 동안 기술력을 쌓아 PPS 수지에서 콤파운드·필름·섬유까지 생산할 수 있는 종합메이커로 세계 시장 25%를 점유한 세계 1위의 PPS 메이커였다.
도레이 입장에서 PPS 사업을 해외로 내보내는 것은 처음이었다. 그래서 한국을 비롯하여 중국, 동남아 국가들을 대상으로 꼼꼼하게 검토하고 있었다. 대단위 공장건설 후보지로서 아세안 국가들이 치열한 유치 경쟁을 벌이다 도레이는 최종적으로 도레이첨단소재를 선택했다. 이로써 도레이첨단소재는 탄소섬유에 이어 PPS의 거대 아시아 시장을 품에 안은 중핵 거점이 된 것이다.
도레이가 도레이첨단소재를 선택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우선 새만금산업단지가 한·중·일을 연결하는 비즈니스 허브로 구축하기가장 좋은 지리적 입지라는 점이었다. 한국과 중국 간의 FTA를 적극활용해 PPS 생산·판매의 유리한 고지를 차지함으로써 세계 PPS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또한 정부, 전라북도, 군산시 등 관계 기관들의 적극적인 협력과 지원의 영향도 컸으며, 한국이 가지고 있는 전후방 사업과의 연관성도 큰 이유였다. PPS 사업은 원료뿐만 아니라 생산과 가동이 어려운 사업이라 타 후보국가의 기술력으로는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도 한 몫했다.

“나중에 도레이의 사업검토서를 보니 도레이와 도레이첨단소재가 거의 동등 수준이라고 되어있었습니다. 그뿐 아니라 선택을 받아야 하는 우리 입장에서 제시한 긍정적인 많은 부분들이 도레이의 마음을 움직였다고 생각합니다.”

이효섭 군산공장장 상무

우수한 인적자원 또한 우리의 강점이었다. 구미에 폴리에스터 중합 가동 경험이 많은 우수 인력이 있었기 때문에 충분히 지원이 가능하다는 점도 어필했다. 이러한 경쟁력은 후에 도레이의 일본 도카이공장 담당자들이 이전에는 도레이첨단소재의 군산공장이 자회사였지만 이제는 선의의 경쟁자라고 할 정도로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결과였다.
슈퍼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시장에서 아시아 태평양 지역 국가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40%에 이르고 중국과 인도의 수요 증가가 전망되었다. 군산공장이 위치한 새만금 산업단지의 강점은 다양한 원료 조달이 용이하고, 신항만 등의 인프라가 우수하여 전략적 입지로 유용하다는 것이었다.
또한 새만금 인근에는 PPS 수지 생산에 필요한 특수 원료인 염소나 수소, 벤젠, 가성소다, 유황 등을 만드는 공장들도 이미 가동중에 있었다. 원료 조달이 용이해 물류 경쟁력이 높은 것도 장점으로 적용했다.
이로써 도레이는 수지사업 최초로 해외 생산거점을 마련하고 도레이첨단소재는 한국 최대의 슈퍼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메이커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게 되었다. 또한 도레이의 고도기술을 이전받음으로써 국내 PPS 관련기술 수준을 높이고 국내 고객사들의 요구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확고한 체계를 구축할 수 있었다.
도레이첨단소재는 고부가 제품의 수출경쟁력을 향상시켜 관련 산업의 발전에 기여하고 한국을 PPS 수지사업의 전략적 중핵거점으로 육성해 나가자는 장기 목표를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