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장. 초일류 기업을 향한 큰 걸음, 통합으로 빛을 발하다
제1절. 통합, 하나 된 우리, 더 큰 비상을 위한 날갯짓

1. 도레이첨단소재 통합의 역사

도레이첨단소재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보면, 1972년 제일모직과 도레이, 미쓰이물산이 합작하여 설립한 제일합섬부터 시작한다. 이후 1995년 삼성그룹에서 분리되고, 1997년 새한그룹으로 편입되면서 새한으로 회사명이 바뀌었다.
1997년의 외환위기에다 세계적으로 불어 닥친 화섬업계의 만성적 공급과잉과 경쟁력 저하 속에서 유동성 위기에 빠진 새한은 자구책을 모색했다. 그후 1998년 6월 오랜 주주로 동반관계인 도레이에 베이스 필름사업에 대한 합작법인 설립을 제안했다.
필름사업의 글로벌 경쟁력 제고를 검토하던 도레이는 도레이새한(TS) 프로젝트 발족과 함께 사업범위에 대해 본격적 논의를 이어갔다.
1999년 12월 도레이와 새한이 각각 60%, 40%를 출자하여 자본금 3,000억 원에 자기자본비율 49%, 부채비율 104%의 초우량기업 도레이새한이 탄생했다. 당초 베이스 필름사업만을 가시화했으나 원료부문인 중합라인을 포함한 필름라인 전체와 부직포 전체 그리고 일부 원사라인 등 이관사업 전반에 대해 자산양수도를 이행하여 신설법인이 성공적으로 출범했다.
반면 외환위기의 파고를 넘지 못한 새한은 2000년 워크아웃을 신청했고 이후 2007년 웅진그룹에 인수되어 웅진케미칼로 사명이 바뀌었다. 웅진케미칼은 2009년부터 5년 동안 원면, 원사 등 섬유사업과 수처리 필터사업을 중심으로 성장하면서 메타아라미드, 전자재료 분야에 신규투자하는 등 미래를 위한 투자를 이어갔다. 그러나 웅진그룹의 지주회사였던 웅진홀딩스가 자회사인 극동건설에 지급보증을 한 상태에서 건설경기가 침체되어 2012년 9월에 웅진홀딩스와 극동건설이 동시에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곧이어 2012년 12월 웅진홀딩스와 채권자협의회가 웅진케미칼을 2013년 중에 매각하기로 결정하면서 M&A 시장에 매물로 나오게 됐다.
2013년 2월 법원으로부터 회생계획안을 인가받은 웅진홀딩스는 상반기 내에 웅진케미칼 매각 계획을 발표했고, 2013년 3월 웅진홀딩스는 국내·외의 투자은행(IB)들을 상대로 웅진케미칼 매각을 위한 주관사 선정 입찰에 참여해 달라는 입찰제안 요청서를 발송했다. 법원이 주관사를 선정할 때 채권단과 관련 있는 증권사를 배제하라고 요구했던 선정 제한을 없애면서 그 동안 지체되던 매각작업이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모기업의 무리한 투자와 경영악화로 인수합병 시장에 나오기는 했지만 웅진케미칼은 폴리에스터 섬유, 수처리 필터, 전자재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었고 2012년 매출액 1조 1,104억 원에 영업이익 284억 원의 내실있는 회사로 평가받고 있었다.
이러한 평가 위에 자신들의 기존사업과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되는 웅진케미칼의 각 사업들을 염두에 두고 득실을 계산하면서 관련 업계가 술렁이기 시작했다. 특히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각광받는 수처리사업을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업계의 관심을 한 몸에 받게 됐다.


1999년 당시 TS프로젝트를 성공리에 마친 양사 TF팀

치열했던 인수합병전, 승자는 도레이첨단소재

웅진케미칼을 인수할 후보군에 대한 업계와 금융가의 예측 속에서 여러 기업의 이름이 거명되기 시작했다. 특히 수처리 필터사업은 국내 최초로 역삼투 필터를 개발해 역삼투 분리막 시장의 1위를 점유하는 등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 신성장 동력으로서 인수를 고려해 볼 가치가 충분했다.
도레이첨단소재의 인수합병에 대한 업계의 분석은 원사는 차별화 제품과 범용 제품을 다 갖출 수 있으며, 원면인 단섬유사업까지 확대함으로써 섬유사업의 포트폴리오를 고도화하여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였다. 수처리사업 역시 시장지배력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었다. 게다가 도레이첨단소재가 2013년부터 탄소섬유사업에 진출했기 때문에 메타아라미드까지 갖게 된다면 ‘슈퍼섬유’ 분야에서 사업을 다각화하고 가장 시너지를 많이 낼 수 있을 것으로 평가했다.
2013년 3월 도레이첨단소재는 웅진케미칼 인수를 위한 본격적인 채비를 갖추고 참여를 공식화했다.

웅진케미칼 당시 구미 1공장 전경

새한이 웅진케미칼의 전신이고, 도레이첨단소재가 새한과 일본 도레이가 합작 투자해서 1999년 설립한 회사라는 점에서 양사가 역사적으로 깊은 관계라는 것을 업계 내에서는 널리 인정하고 있는 분위기였다.
돌이켜보면 도레이첨단소재와 웅진케미칼은 원래 한 몸이었다. 도레이첨단소재와 웅진케미칼은 구미산업단지 내에서 인접한 부지에 각사의 공장을 갖고 있었고, 특히 2013년 당시까지도 도레이첨단소재의 2공장이 웅진케미칼과 한 부지내에 있으면서 도레이첨단소재가 각종 유틸리티 및 식당 등의 이용 댓가로 매년 사용료를 웅진케미칼에 지급하고 있었다.
도레이첨단소재는 필름, IT소재, 부직포, 원사 등의 사업을 영위해 오면서 높은 영업이익을 창출하며 2010년부터 무차입 경영을 실현하고 있는 건실한 기업으로 업계에서 정평이 높았다. 거기에 2013년 당시 수처리사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선정하고 2020년까지 3,000억 원을 투자해 수처리 공장 증설 및 기술개발을 추진하기로 계획한 바 있었다. 업계에서는 도레이첨단소재가 탄탄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웅진케미칼을 인수할 여력이 충분한데다 향후 일본 도레이의 수처리 핵심 원천기술을 공유하게 되면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더구나 도레이그룹은 모든 필터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해수담수화에서는 국제적인 경험과 높은 경쟁력을 갖추고 있었다.

도레이케미칼, 도레이의 일원이 되다

업계에서는 인수 가능성이 있는 기업 및 진행에 관련된 상황과 예측을 쏟아냈다.
당시 웅진케미칼은 인수금융(Loan)을 활용한 ‘레버리지 전략’을 구사하기 어려운 거래라는 점이 거론됐다. 차입금의 규모가 워낙 커서 금융권으로부터 인수금융을 지원받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금융권에서는 인수금융을 제공할 때 매물이 되는 기업의 연간 현금 창출력을 기준으로 대출 한도를 결정하는데, 통상적으로 에비타(EBITDA, 영업이익) 기준으로 4~5배의 금액을 책정해서 대출해준다.

“웅진케미칼은 2012년 에비타가 463억 원이었는데 이 기준의 5배를 잡으면 2,300억 원까지 대출을 활용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그러나 2012년 말까지의 웅진케미칼 총 차입금 규모가 2,780억 원에 달해 현금성 자산을 차감하더라도 순차입금 규모가 2,500억 원이 되어 인수금융의 한도를 초과하기 때문에 대출이 불가능해집니다. 그러니 인수자의 신용으로 대출을 조달해야 하는 상황이라 우리 회사를 비롯해서 인수 희망자들의 행보가 신중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송백하 경영지원본부장 부사장

2013.11 웅진케미칼 주식매매계약서 체결식

한편 도레이첨단소재는 모회사가 일본 기업이라 특유의 신중함으로 빠른 의사결정이 필요한 M&A에서 불리할 수도 있다는 억측도 나왔다.
예측이 난무하는 가운데 2013년 4월 웅진홀딩스는 조회공시에서 매각 주관사로 우리투자증권-한국투자증권 컨소시엄이 선정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주관사는 2013년 6월 예비입찰로 인수의향서(LOI) 제출을 마감하고 2013년 7월 예비입찰에 참여한 15개 업체 중에서 도레이첨단소재를 포함한 5개 업체가 인수적격후보(숏리스트)로 선정됐다. 이 5개 업체는 웅진홀딩스가 보유한 지분 46.3%와 윤석금 회장 일가가 지닌 지분 9.91%를 포함한 56.21%의 지분을 놓고 본입찰에 들어갔다. 숏리스트가 전략적 투자자(IS)로 구성된 만큼 인수합병 업계에서는 웅진케미칼의 매각가를 최대 3,500억 원 수준으로 전망했다. 매각 주관사는 이들 5개 업체에 대한 1개월 일정의 정밀실사에 들어갔다.
2013년 9월 한 업체가 입찰을 포기해 도레이첨단소재를 포함한 4개 업체가 본입찰에 참여했다. 도레이첨단소재는 인수에 실패할 경우, 유틸리티, 공장부지 등의 문제로 주력 사업을 이전해야 할 수도 있는 리스크를 감안하여 입찰가를 제출했고 같이 참여한 경쟁업체와 근소한 차이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도레이첨단소재는 웅진케미칼 임직원들에게 지속적인 투자와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 사업간 시너지 및 역량통합 기반의 신사업을 추진해 나갈 것과 직원들에 대한 고용안정을 약속했다.
도레이첨단소재는 원사·직물 등의 섬유사업은 제품 포트폴리오 고도화로 최대한의 시너지를 창출하는 방침을 세웠다. 원사사업에서는 도레이첨단소재가 범용제품을 만들고 웅진케미칼은 차별화제품을 공급해 다양한 원사를 고객에게 제공하는 ‘원 패키지 서비스’를 추구하기로 했다.
또한 국내·외 직물사업을 연계, 고부가가치 제고를 위해 염가공, 제직, 어패럴에 이르는 섬유 일관생산체제도 구축해 나가기로 했다.
부직포사업에서는 도레이첨단소재의 위생재, 의료재, 농업용의 장섬유 부직포와 케미칼의 고기능 원면을 활용한 자동차 내외장재, 흡음재, 산업용의 단섬유 부직포를 갖추어 종합 부직포 메이커로서 세계 최고 수준으로 도약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수처리 분야에서는 국내 막(膜)기술과 플랜트산업의 경쟁력을 높여 해외 진출을 확대해 나갈 것을 밝혔다. 도레이가 보유한 첨단 수처리 기술력과 엔지니어링 노하우를 접목해 막산업의 기술력을 끌어올리는 한편, 해수담수화 플랜트 업계와의 협력으로 플랜트산업 수출 경쟁력을 제고해 나갈 것을 천명했다.
뿌리가 하나였던 만큼 기업문화가 유사하고 정서적인 유대가 높아 그 어떤 기업보다 안정적인 경영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 또한 높았다.

이제는 말할 수 있는 인수합병 전략

도레이첨단소재는 2012년 웅진케미칼 인수에 대한 TF를 구성해서 10개월간 인수를 위한 작업을 진행했다. 이영관 회장을 비롯한 도레이첨단소재의 원년 멤버들은 한결같은 마음으로 웅진케미칼을 인수하여 하나의 완전체 공장으로 운영하는 바람을 갖고 있었다. 그리고 그 과정의 핵심은 합리적인 인수 이유와 미래성장 및 수익성 등의 근거자료로 일본 도레이의 승인을 받는 것이었다. 웅진케미칼을 다른 회사가 인수하고 나서 공장의 분리를 주장한다면 엄청난 비용을 들여 공장을 이전해야 될 지도 모르는 만약의 사태까지도 고려했다.
인수전은 치열했다.
경쟁사들은 도레이첨단소재가 웅진케미칼을 인수하면 그간 개발해 놓은 한국내 수처리 필터 기술이 일본으로 유출된다는 말도 안되는 주장을 여기저기 흘렸다. 정작 일본 도레이는 수처리 필터분야의 모든 막기술을 보유하고 있을 뿐 아니라 해수담수화사업은 세계 1위 기술력을 내세우며 사업을 하고 있는 분야였다.
도레이첨단소재에서는 이런 점을 설명하는 자료를 만들어 반박함과 동시에 매각을 관리하는 법원과 정부 관련 부처들에게 전달하여 정확한 사실을 이해시켰다. 때론 인수를 위해 근거도 없는 선동이 난무했지만, 최종적으로는 도레이의 앞선 기술 보유에 따라 문제 없음으로 판명되었다. 오히려 도레이첨단소재가 일본 도레이로부터 고도화된 관련 첨단기술을 이전받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는 점을 역설했다.
일본 도레이는 1968년부터 역삼투 분리막을 연구한 기업으로서 역삼투막뿐만 아니라 한외여과막, 정밀여과막, 나노막 등 세계 4대 막기술을 선도하는 위치에 있다.
도레이의 수처리 기술은 개별 기업을 넘어 국가 기간산업인 상하수도 인프라 및 해수담수화프로젝트에서 이미 세계 14개국에 채택되어 그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었다. 특히 해수담수화는 고염(高鹽) 제거기술과 고유량(高流量) 기술 등 국가별, 지역별 특성에 맞는 맞춤형 기술과 엔지니어링 능력을 완비해야만 시공 가능하기 때문에 그 차별성은 국내 기업과 비교했을 때 월등한 수준이었다.
이러한 첨단기술력과 엔지니어링 노하우를 우리나라에 접목함으로써 막산업의 기술력을 끌어올리는 한편, 해수담수화 플랜트 업계와의 협력으로 플랜트 산업의 수출경쟁력을 제고해 나갈 수 있는 기회라는 점에서 도레이첨단소재가 가장 적합한 인수기업임을 알렸다.
이러한 사업적 연관성과 통합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며 도레이첨단소재와 도레이의 인수 의지는 더욱 확고해졌으며, 인수에 참여한 기업들보다 경쟁력 있는 입찰가를 제시함으로써 결국 웅진케미칼을 품에 안고 다시 한가족이 되었다.

“인수가 결정된 후 양사 임원 상견례가 있었던 자리였습니다. 동종업계로서 업의 특성, 함께 근무했던 선후배, 동기들 등으로 인해 웅진케미칼 임원들이 도레이가 인수하는 것에 안심하는 분위기가 역력했습니다.”

김진규 당시 인사지원본부장

2014.12 도레이첨단소재 & 도레이케미칼 본사 통합이전 기념

P O W E R  I N T E R V I E W

헤어지던 그날부터 우리는 이미 다시 하나 되기를 원하고 있었다.

송백하 경영지원본부장 부사장

IMF 외환위기 이후에 도레이첨단소재를 설립하다 보니 당시 정부에서 기업에게 재무 건전성 확보를 위해 부채비율을 200%로 유지하라는 지침을 내렸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회사 설립에 대한 염원에서 재무적 안정성을 갖추기 위하여 부채비율 104%라는 당시 국내에서는 어느 기업도 달성하지 못했던 초우량기업을 만들어 낸 전력이 있습니다.
일본 도레이와 새한의 합자로 도레이첨단소재를 설립하는 과정에서 일본의 기업정신과 경영철학에 대해 마음 깊이 각인하는 계기를 만났습니다. 회사는 일단 설립하면 절대 망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어떻게 하든 건실한 회사를 만들어서 유지해 나가는 것이 국가를 위하고 사회를 위하고 직원과 그 가족들을 위하는 절대적인 사명이라는 것입니다. 기업을 경영하면 백년, 이백 년뿐 아니라 영원히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 도레이의 기본 철학이었습니다.
도레이는 정상적인 영업을 하고 돈을 벌어서 국가에 세금을 내고 근로자들은 급여에서 또 소득세를 내고, 경영으로 번 돈으로 공장을 증설하면서 또 취득세, 등록세 등을 내야 한다는 것입니다. 기업을 제대로 경영하면 실업자들이 발생하지 않아서 국가의 재정이 절감되고, 돈을 번 근로자들이 소비를 해서 내수경기가 살아나는 등의 선순환 경제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철석같은 신념을 갖고 있습니다.
이러한 신념을 갖고 있으니, 웅진케미칼을 인수하자는 제안을 했을 때에도 매우 신중했던 것입니다. 사람과 회사에 대한 무한책임이 기업인과 기업에게 있다는 것이었지요.
그러나 우리 입장에서는 반드시 웅진케미칼을 인수해야 했습니다. 최고 경영진을 비롯한 많은 직원들은 회사가 그렇게 분리되어 팔려 나갔을 때 마음이 아팠습니다. 한솥밥을 먹던 식구들이 뿔뿔이 헤어졌다는 느낌처럼요. 그러니 다시 하나의 회사로 완전체가 되어야 한다는 결심을 굳히고 있었습니다. 2013년 일본 도레이에서 인수 결정을 내리면서 전폭적인 지원을 해줬고, 우리는 인수합병 시장에서 다양한 전략으로 다른 경쟁기업들을 안심시킨 뒤에 본입찰에서 결국 웅진케미칼을 품에 안게 되었습니다. 아슬아슬한 순간들도 있었지만 그 위기들을 다 넘기고 드디어 완전한 하나의 회사가 되었으니 감개무량합니다.

도레이케미칼 VISION 2020 선포식

도레이그룹의 중기 경영전략 및 도레이케미칼 비전 선포기념 기자간담회